오늘 페이스북에 들렀다가, Jan, 우리가 얀이라고 불렀던 대학원 동창의 죽음을 접했다.
유엔평화유지군 아이티사무국에서 그의 얼굴을 올려두었다. 그 외에 물론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그 아이가 그 중에 한 명이었다. 사진을 다운 받아 저장했지만, 여기에 올리지는 못하겠다. 그래서 되는 일인지도 잘 모르겠고..
걔는 독일인, 콘라드아데나워재단에서 일을 했던가, 여하간 내가 공부하는 분야와 조금 겹치는 부분도 있어서 몇 과목 수업에선가 만났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나와 같이 집을 썼던 아이들과 친하기도 해서, 몇 마디를 나누었을게다. 그래도 나는 걔를 좋아하지 않았다. 외국에서, 유학생활하며 어쩐지 주눅들어 있었기 때문에 그랬을게다. 독일인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인지 뭔가 차가운 느낌이라 해야 하나.
페이스북에 올라온 그를 알던 많은 사람들의 얘기는, 매우 열정적이고 성실하고 이상적이고 최고의 인간이었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그의 모습은 솔직히 모른다. 그렇게 속깊은 얘기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으면 이십만명이 될지도 모른다는 아이티 지진 현장에서 동창이 죽어갔다. 지난 해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동창이 죽었다. 나와 같이 학교를 다닌 아이 말이다.
원래의 내 꿈대로, 용기를 갖고 찾아갔다면 나도 아마 상당한 목숨의 위협이 있는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젊은 나이인데 사고로 그렇게 가는 아이들이 있다. 그것도 비슷한 생각과 꿈을 가지고, 세계 이곳 저곳에서 일하며 살다가 폭탄테러로, 지진으로 목숨을 잃는다. 나는... 나는.. 이렇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일까. 죽어서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보다, 여기 이런 현실에서 머리도 굴리고,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조직이나 사람들과 싸움도 하고, 그러면서도 내 목적은 실질적으로 사람들이 진실되게 서로를 존중하면서 살기 어려워 가족 몰살시키는 자살은 하지 않고 노후 걱정하여 늙어 자살하지 않고, 또 거대 권력앞에서 비굴한 태도로 얘기하지 않고 당당하게 얘기하고 자기를 드러내고 자연의 이치대로, 인간의 본성과 이성이 적절히 조화된 채로 살아갈 수 있게끔 하는데 일익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잊지 않고.. 그렇게 살아서 졸렬한 하루 하루 살이처럼 느껴질지라도 그렇게 사는 것이 나은 것인지.
그 아이와 크게 친하지 않아 페이스북에 안타까운 마음 한 마디 남기지 못하고, 나의 블로그로 돌아와 글을 남긴다. 편히 쉬어. 얀. 무엇 하나 제대로 너라는 사람에 대해서 묻지도 않았던 지난 세월이 아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