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 프랑크푸르트에서 경유하게 되었다. 유럽 출장을 가게 되면 경유하기 제일 꺼려지는 곳 중의 하나이다. 요즘 신형 항공기가 도입되어 개인모니터도 있고, 여타 환경도 좋은 편이라고 하니 항공사 직원이 그쪽 노선을 추천하여 거림찍한 마음에도 타게 되었지만.. 내가 그 노선을 싫어하는 이유는... 너무 남자들이 많다는 이유.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삼성과 LG 광고를 엄청나게 보게 되는데, 아마도 우리 기업체의 유럽 지사가 거기에 많이 있는 줄 안다. 그런 연유로 그쪽에 다니는 사람들이 많겠지. 여하간.. 그래서 남성 서너명이 떼를 이루어 다니는 것을 보는 것은 물론이며 이번에는 1등석 비행기로, 비행탑승시간이 다 되어 늙은 남자 약 10명 정도가 모조리 다 검은 양복을 입고 재빨리 탑승구로 몰려드는 희한한 광경도 보았다.

 

암튼 내가 보며 참 특이하고 우습다고 느끼게 된 것은, 탑승승객과 환송나온 사람들이 헤어지는 게이트 앞에서였는데, 젊은 남녀가 거기서 한참 동안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딥 키스를 하고 있는 광경을 민망할 정도로 쳐다보고 있던 한국 중년 남성들의 모습이었다. 그러니까, 문 앞에 내 귀에도 들릴 정도로 쪽쪽대며 키스를 정신없이 하고 있던 남녀가 있었고, 그 뒤편으로 탑승객 한 줄에 그 중년 남성들이 있었으며, 그들의 시선과 얼굴 표정을 관찰하던 내가 다른 줄에 서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너무 우스웠던 것은.. 모두의 얼굴에 부러워하는 표정이 스친 것이다. 자기들끼리 뭐라뭐라 하는데 그 시선이 너무 대담하게 그들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던 것도 키스를 하고 있던 당사자들이나 다른 외국 사람들이 본다면 좀 황당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 그 연인들의 젊음과 정열적인 키스를 나누는 그 사랑을 언뜻 부러워하는 표정이 순간의 차이를 두고 모두의 얼굴에 제각각 들어났다는 것. 매우 재미있는 광경이었다.

 

그러고 보면, 모든 것 다 가진 성공한 50대 초반의 어떤 높은 사람이... 술자리에서 우리들에게 하는 말처럼.. 뜨거운 사랑한번 못해본 것이 아쉽다고 하더만..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한번도 가슴뜨겁게 사랑해보지 못한 사람들이여.. 살아있는 모든 순간에는 그렇게 뜨겁게 사랑하는 축복이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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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년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내가 서래마을 과자집에 하루 특강료 80,000원을 지불하고 만든 케잌.

 

딸기와 바닐라빈으로 만든 크림이 맛있고, 달지 않아 모두가 즐겨주었다. 혹가다 아직도 내가 남자를 때릴 것처럼 보인다는 망발과 자신의 오인을 드러내는 자가 있는데, 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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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회에 증오범죄가 증가한다. 자기에게 딱히 해꼬지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 해결하지 못한 미움때문에 불특정한 사람을 향해 그 중오를 폭발하며 공격성을 드러내고 마는 것.

 

나는 쇼핑도 좋아하지 않고, 정확히 말하면 살 것이 있고 돈이 있을 때라야 쇼핑에 나서는데, 간혹 친구와 혹은 동생과 백화점에 가게 되는 날이면 내 눈에 수없이 보이는 사모님들...

내가 뭘 알겠나. 그네들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고독한지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모님들이 한 집단으로 엮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야.. 나의 나이 삼십 중반을 넘었고, 용케 공부만 길~~~게 해서 직장생활 경력 이제야 5년이지만, 우리때도 모범생 동기들이 졸업과 동시에 결혼을 하며 집에서 현모양처로 살다가 동기생 모임에 외제차를 끌고 나와 상대적 박탈감을 무진장 호소하더라는 식의 얘기를 듣게 되는 것을 보면 당연히 직장을 갖는다는 인식이 그리 강하지는 않았던 것같은데 대학졸업과 동시에 직장생활을 시작한 아이들은 어느새 조직의 튼튼한 허리가 되어 있다.

 

잘 살아보겠다고, 한때 5지 선다형의 단편지식을 묻는 문제조차 나온다는 사실을 보고 이따위 공부 안한다고 고시공부를 때려치웠으며, 더 일찍이는 엄마가 영문과를 가라거나 의대를 가라는 것을 우리가 어른이 되면 그런 세상이 아닐거라고, 내가 바꿀 거라고 콧대 만만히 내 맘대로 이 공부 저 공부 하며 살았고, 어느 때는 심각하게 공부하여 사회에 헌신하고 인류에 헌신하고 신께 헌신하리라 다짐하였고, 매일 매일 같잖은 인간들을 대하고, 또 가끔 좋은 사람들도 만나면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책 파들고, 글 쓰고, 인맥관리도 해보고자 노력하며 그리 살다가..

 

그래도, 어느날은 내가 여자잖아... 가꾸어라 해서 또 피부관리도 좀 해보려고 하고, 그 나마도 안되면 옷깨끗이 잘 갖추어 다려입고 다녀야겠다, 사먹는 것만도 안되겠다 내 몸을 위해서라도 운동도 해야지.. 이건 회사주변 헬스클럽은 1년단위로 끊어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회원권 2500만원대까지 있으니, 그것조차도 감당이 안되는.. 서울시 도시 가구 평균 소득에 한참 못미치는 도시빈민에 해당하는 소득을 가진 내 입장에서야 가당키나 한 일인가. 화장품조차도 사지 못하며.. 그래.. 말아야지. 그래서 나는 미시아줌마들처럼 가꾸지도 못한다.

 

이 정부는 대체 무슨 원수가 졌는지 가구에도 규모의 경제가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터인데 소수자 공제는 없애고, 독신자라고 내가 서울에서 무주택 10년이 넘었는데 주택 청약도 안되고, 다행이 나야 은행대출을 받을 수 있는 직장에 다니는고로 괜찮지만 혼자서 비정규직 노동을 하고 있는 사람은 단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출도 받지 못하니, 싱글들은 다 집없이 살란 말인가. 공공주택에서도 배제되고.. 뭐 이렇게 따지고 들면 하나 둘일까.

 

단순 남녀 차별이 아니라, 여성들 간에도 사회적 신분의 차이를 아주 강하게 느끼는 지금. 나는 정말로 사회적 배제의 한 상징이 되어 버린다. 사랑하려 해도, 사랑할 수 있는 기본적 조건에 드는.. 남성/서울거주/비혼남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점점 보이지 않고.. law of nature에도 충실히 살지 못하는 이 생명이 어찌 국가가 만들어 놓은 law를 다 지키며 살라고 그리 말할 수 있단 말인지.

 

그래서.. 단순한 나는, 이제 이 분노를 사모님들에게 돌리고 있나보다. 내가 필요하다고 하는 남편과 자식이 있고.. 혼자 피터지게 이 생각 저 생각하며 돈 벌지 않아도 남편이 돈 잘 벌어서 백화점에서 쇼핑하고 돌아다니는 여성들에게.. 그나마도 가끔은 남편으로 보이는 사람은 너무 괜찮은데 부인은 교양머리가 없거나 매력이 너무 떨어지는 경우조차 내 눈에 띄니, 어쩐지 더 욱하며 억울한 심정이 드는 것은 내가 바보스러워진다는 증거이겠지.

 

오늘도 나는 집에 돌아가면, 허튼 시간을 보내지 않기 위하여 아주 가볍지 않은 책을 펼칠 것이며, 시시한 사랑놀음, 농담따먹기 거슬려하며 93.1을 틀거나 브람스 현악 6중주 내지 블루스를 들을 것이다... 점점... 이렇게 혼자서 고고한 척 하다가, 남들 아무도 모르게... 치이고 치이다.. 욱해서 증오범죄를 저지르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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