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이 다가고 있다. 며칠 전부터 연말이라 그런지 지나온 인생에 대해 생각한다. 어느 새 나이를 아주 많이 먹었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결혼한 동생과 아직 결혼하지 않은 또 다른 동생과 함께 세 자매가 함께 박진영 콘서트에 갔다가, 2PM이라는 아이들이 나올 때 정말 엽기적으로 큰 비명을 지르는 아이들을 보며, 역시 나는 늙었구나.. 그 아이들을 제대로 알지 못했으니까 그런 생각을 했다.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는 것도 어렵고, 도통 나와 같은 사고를 갖고 있던 사람들은 이해, 아니 납득하기 어려운 조직의 분위기도 그렇고... 나의 진로도 그러하고..

 

결혼을 하지 않은 나의 입장에서는 이제 더 이상 여자로 보이기 어렵다는 현실을 별로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데다가, 결혼하지 않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고,

 

나의 노년기는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늙어 고통받지 않으려면 아니면 그저 내 마지막 존엄을 지키며 다가오는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나 스스로가 하지 않으면 국가든 사회든 가족이든 지켜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두려운데다가,

 

이제 거대 다국적 기업의 이사급까지 나타난 대학동기들의 삶에 견주어 나는 대체 뭘 하고 살았던가 하는 생각도 들고, 어제 만난 친구들은 아파트를 40평대로 옮길건가, 30평대로 옮길건가.. 또 아니면 부모가 재산을 어떻게 증여하고 있다, 재테크는 어떻게 한다는 얘기를 하고,

 

나는 여기 저기 끼지도 못하고 있다. 그래.. 이렇게 살려고 했었니? 아니... 아직은 재테크, 돈, 노후대책, 직장의 성공... 이런 것들과 동무하며 머리속을 채우기에는 내 젊은 날, 어렵고 힘들게 견디고 헤쳐나간 그 시절이 아직 내게 가까운걸.

 

난 무엇을 바랬던가. 여전히 사회는 공평해야 하고, 세상에 가치있는 일이 있어야 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있어야 하고, 사람들간에 사랑하고 존중하며 배려해야 하고.. 그런 생각과 꿈을 꾸었는데, 여전히 나는 그런 꿈을 꾸고 있잖아.

 

그 어려운 여정 끝에 지금의 나는,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정도의 소시민으로 살아가고 있고, 내가 바라는 꿈을 위해서 나는 미력을 보탤 뿐 나의 의지와 바램대로 일이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정도를 알 뿐이지만.. 그래도 나는 열심히 살아왔다.

 

뜨거운 사랑을 했고, 그것이 한 사람을 위한 것이었든 내가 만드는 비인격적 문서의 주인공이든 그들의 삶의 숨결을 담고자, 느끼고자, 사람들의 삶을 망각하지 않고자 노력해왔다.

 

잘 해 왔다. 절대로 약해지면 안된다는 말대신, 뒤쳐지는 말대신, 지금 이 순간 끝이 아니라 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외치면 돼...

 

오늘에서야 제목을 알게 된 노래의 가사처럼.. 그저 나의 삶을 살아가다 보면 그것이 내 인생의 legacy가 되기를 2009년을 보내며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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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이라는 소설가는 밥벌이에 대해 에세이를 썼다지. 그의 머리속에는 그래도, 밥벌이는 지겨울지라도, 비루할지라도 먹고 사는 생존의 본능처럼 성스러운 것은 없다는 생각이 있는 듯하다.

 

직장을 옮긴지 이제 두 달이 되어간다. 요행히도 1일자 발령이 되는 덕에 한달치 월급을 받고, 어제 두번째 월급을 받았다.

 

지난 번 직장을 떠날 때, 단체쪽 사람들 몇은 내게 직접 대 놓고, "사람의 인생이란 죽을 때 되어봐야 아는 것아니겠어요. 한번 두고 보지요"라고 했고, 또 "실망했어요"라고 했다. 또 몇몇 아는 사람들은 빨리 그곳을 나오라는 메세지를 보냈다. 물론, 몇몇은 축하해주기도 했다.

 

오늘은 이 달 말에 예정되어 있는 이사를 위해, 은행에 가서 돈을 빌렸다. 그 과정에 좀 문제가 있어서 집주인에게 연락하고, 부동산에 연락해서 일을 해달라고 하는 과정에서 매우 불친절한 언사를 하는 것을 경험했다. 대체 이 인간이 뭘 믿고 이따위야.. 라는 생각을 하게끔 하는.. 하기야, 그 내면에는 아마도 네가 감히 내가 누구인줄 알고, 하는 생각이 있었을지 모른다. 권력이 있거나, 권력에 가깝다는 것은 참으로 사람을 경망스럽게 할 염려가 있다.

 

여하간 직장을 옮긴 단순한 이유는, 아마도 내 직장이 내가 가진 애정만큼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 게다가 내 직장에서는 승진도 어렵고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기 때문일거다.

무슨 제대로 된 목적을 위해 일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그 정당성과 자신의 도덕적 우월감때문에 우리가 생활인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일한 것에 대하여 보상을 받고 싶고, 좋은 사람들과 일하며 많이 배우고 싶고 일을 잘하고 싶고.. 그런 욕망을 갖고 있다는 것을 가끔 사소한 것으로 치부한다.

내 생각에는 그런 판단은 외부에서 더 하기 때문에 아주 쉽게는 공직을 맡은 사람은 그 사람에게 그 보수가 정당한 노동을 제공하고 받는 보수라는 생각보다는 그저 사회에 봉사하여야 한다고, 그렇기 때문에 밤 늦은 시각까지 강한 노동과 열악한 노동조건과 적은 급여를 그저 감내하라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드러나는 모든 문제들과 실제 그들의 근로조건과는 별 연관이 없는데, 그런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니네들은 누릴 것은 다 누리지 않느냐라고 한다.

그렇지만, 급여가 높지 않고 근로조건이 좋지 않은 곳에는 혁신적 사고가 나오기 어렵고, 고객은 제대로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그런 곳에는 인재가 몰리지 않고 피해는 결국 그 혜택을 봐야 할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여하한 나는 더 나은 밥벌이를 위해서, 일을 조금이라도 기능적으로라도 잘하는 조직을 택해서 다행히 날로 악화되어 가는 회사에서 탈출을 했다. 그렇지만, 나는 나의 진정성에는 아무 관심없는 자들에게서, 비난을 받고 할일없는 자들의 수다거리가 되었다. 그들은 자기 삶에 대해서, 밥벌이라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지만, 나는 우기고 싶다. 지고한 이념이라는 것보다는 생존과, 더 나은 삶에 대한 기대가 있는 편이 인간답다고. 외려, 고상한 가치보다는 생존에 관한 것이 인간에게는 절대적 의미를 지닌 어떤 유일한 조건일지 모른다는 것.

 

밥벌이는 지겹다. 여자.. 손과 발에 뭔가 묻히며 힘들게 사는 여자 많은데 넌 왜 마님같이 살려고 하냐는 엉뚱한 소리도 들었지만, 나는 내 먹을 것을 벌기 위해 오늘도 야밤까지 대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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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혓바닥에 쌀알만한 살이 돋았다. 거슬려서 먹는 것도 짜증나고 아프다. 
처음에 발견하고서는 혓바닥이 찢어져 나온 건 줄 알았더니 피로때문에 
생긴거라 한다. 레이저로 태우기로 했다. 피가 안나야할텐데.. 맛이 
이상하니까. --;;

2. 몇몇의 군인들이 교전중에 여전히 죽어나가는 나라에 살고 있구나.. 
새삼스레 느끼면서, 어느새 그런 상황에 강심장이 되어버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낀다. 

3. '사랑과 이별'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위기에 처한 부부가 눈을 서로 
감고 상대방을 더듬으며 알아가는 걸 보고, 강한 줄만 알았던 내 배우자가 참 
부드럽고 좋더라는 얘기를 들으며, 사람이란 거 저렇구나.. 가끔 우리가 
'동물'이라는 것, 아니 정확하게는 '생명체'라는 것, 육체를 갖고 있다는 것 
잊고 사는구나 싶었다. 

4. 세상에 가끔은 꿈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나보다 훨씬 늙었음에도, 
도전하고 때로 무모해보여도 용기있고, 그런 사람들.. 그리고 돈을 벌지 않아도 
자기 스스로 만족하며 내가 살아가야 한다고 기대되는 바와는 다른 식의 삶을 
택하고 구성해가는 그런 사람들.. 꿈을 갖고 있는 사람의 삶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행복한 웃음은 그런 것 아닐까. 그 무거운 
태극기를 지고 나오는 붉은 악마가 힘들지 않다고 말하는 것처럼, 자기가 좋은 
일.. 보상이라는 것이 그렇게 물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도 만족하면서 
살아가는 것들. 그 속에서 땀흘리는 아주 직접적인 노동의 가치, 사람과 사람을 
만나고 무엇이든 나누면서 살아가는 것.. 그리고 지금 나는 모든 것을 다 
가지지는 못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그렇게 
마음먹으면 완전히 포기하고 다른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이렇게 
자꾸 양다리 걸치는 행태를 계속하고 있는지 화가 난다. 양립할 수 어려운 
두가지 것을 바란다면, 서로 배타적인 것들을 바란다면 분명히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데도 나는 여전히 둘 다를 갖고 싶다. 타협을 해야 할 때가 있고, 고집을 
해야 할 때가 있고, 완전히 버려야 할 때가 있다. 알면서도 못하는 건 내 
의지박약때문이 아닌지.. 누군가 도와주었으면 할 때가 더 많다.. 그게 문제다. 

5. 나는 내세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 전생도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다음세상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할 때가 있다. 그 소망이라는 것은 
여전히 내가 지금 이 세상에서 이루지 못하는 것에 대한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겠지. 역시 어떤 부인이 남편에게 다음 세상에는 당신에게 유리알처럼 
깨끗한 내 모든 것을 바치고 싶습니다.. 얘기하는 것을 보고, 그 부인이 재혼을 
한 것이 마음에 걸리는구나 생각이 들어 불쌍했다. 내게도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앗아가는 많은 기억들이 분명히 있다. 흔적도 있다. 평생 지워지지 않을..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 있다. 나는 좋은 것, 행복이란 것, 사랑받는 것, 무언가 
이루는 것.. 내 마음대로 욕심내어서는 안되는 거 아닌가. 그런 자격이 없는 것 
아닌가. 또 한 마음 속에서는 말한다. 그렇다해도 나는 사람인데, 사람이란 
모두가 정말 살인을 했건 어떤 짓을 했건 행복을 바라고, 사랑받기 원하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닌가. 평등이라는 것이 소득의 측면에서 계산되고, 보통은 그렇게 
받아들여지지만, 똑같이 굶주리지 않아야 하고, 자유로와야 하고.. 그러한 
평등이라는 것. 그것은 모두 사랑받을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것에서 
나온다. 아름다움은 사람이 갖고 있는 한계와 상처받는 것, 또 그것을 극복하고 
감싸안는 것에서 나온다. 그것은 여전히 내가 죽을 때까지 지켜야 할 몇 가지 
진리 중의 하나다. 나만의 legacy를 찾고 싶다. 그렇게 살고 싶다. 뜨겁게 
사람을 사랑하고 그렇게 또 내 삶을 사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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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과 같은 기말고사 기간이 끝나자 글을 읽고 쓰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혔다. 

우스운 일이다. 기말고사 기간 동안, 미리 research도 해 놓지 않은 탓에 

엄청난 두께의 영어 논문과 책들, 60장도 넘는 답안들을 써냈건만 그래도 그 

욕구는 역시 나의 얘기를, 내 머리뿐만이 아니라 일부러 억제해놓은 감성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는 책을 보고 싶다는 걸 테다. 우스운 일은, 이제 머리만 

굴려야 하는 책은 한글로 봤을 때는 더 이상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고 이해도 

못하는거다. 무슨 소리인지. 한편 번역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 

역시 우리의 역사적 경험과 토대가 없이 서구 학문을 통째로 들여와 분석하고 

마는 학문적 토양자체의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글쓰는 것을 업으로 삼은 사람에게 참 희한한 것을 발견했다. 아직 나는 그런

걸 느끼지 못하고, 별로 관심도 두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글만

대하던 사람들은 그 글을 보고, 문체를 보고 사람을 읽어낸다는 것을 알았다.  

내 글을 보여줬을 때 그 사람의 말.. 어떤 주제로 글을 쓰든지 외로움이

묻어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글을 보여줬더니 "참 다정다감하고 고상한

사람이다"라고 하길래 "당신 점장이야?" 했다. 내 글은 야밤에 혼자 통신하며

읽기 좋은 글이란다. 만연체도 아니고, 일정 정도를 넘어서는 깊이가 없는 것.  

마치 영상이 내용을 제한하듯이, 컴퓨터 통신이라는 기술이 글의 문체와 내용을

제한하는 것. 그리고 이제는 컴퓨터가 아니면 글을 쓰지도 못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것을 바라기도 쉽지 않다. 그녀가 말했듯이 내 글은 문어체다. 말을 할

때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사변적이면서도, 생각나는대로 쓰는 글이다.

감정에 있어서도 내 맘대로 내 마음선을 따라서 그대로 '질러버리는 글'이다.

가끔씩 한번 꼬아보는 것은 단순하게 얘기하자면 '내 사람' '아닌 사람'

걸러내는 작업이다. 그녀가 다른 사람의 글에 대해서 한 말.. "이 사람은

구어체구나. 누군가가 꼭 옆에서 듣고 있는 것처럼 감정을 정리해놓고 말을

차근차근 딱딱 맞아떨어지게 쓰는구나. 니가 질그릇이면 이 사람은 크리스탈

같은 사람이다. 니가 심수봉 트롯트 느낌이면 이 사람은 클래식이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에 대한 질투를 느꼈다. ..

 

요즘 내가 자주 쓰는 말은 "맺고 끊기 분명히 하자. 모면 모고 도면 도고,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고 사랑하면 사랑하고 싫으면 깨끗하게 헤어지라." 

하기야, 여기 가끔 키즈 사람들이 얘기하는대로 '바닷가 시골 출신, 전직 여자 

깡패'의 본성을 내가 어찌 털어낼 수 있으리. 결국 나는 죽어도 고상한 사람은 

못될 거라했다.  사람이 출신성분을 어찌 버리나. 그러고 보니 기억이 난다. 

어릴때 국사시간에 삼국사회에 대해 배우면 고구려 사람들 말달리고 유목민처럼 

사는게 제일 좋아보였다. 아무리 족보 어쩌니 해도 내 본성은 어쩌면 그 

대륙에서 황량한 바람일으키며 말달리던 여진족 여자 같은 것이었을지 어찌 

아나. 피가 섞였을지도 모를 일. 그러고 보면, 언제나 '정착하고 싶다' 

말하면서도 바람처럼 떠도는 삶을 살고 있는게 그게 정말 내 꿈이었는지.. 

그렇다면 나는 꿈을 이루어가며 사는 건지도 모를 일이지.  이제 다른 꿈도 

한번 꾸어볼 때가 되지 않았나. 나이 서른을 넘어섰다

 

요즘 여성계에서는 '나혜석'에 대한 재평가가 한창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재수할 때 국어 선생님이 가끔 그런 말을 했었다. 나혜석이 쓴 글을 읽어주면서

이 여자가 하는 말이나 지금 여성운동가들이 하는 말이나 별반 차이없다다른

모든 걸 차치하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행동과 선택을 하는 여자들에 대한

가차없는 사회의 낙인찍기는 여전한 것같다. 특히 한국같이 사람들 득실거리는

곳에서는 더더구나, 뻔히 노출되어 있는 나의 사생활에 대한 관심. . 쓸데없는

말들.. 그렇게 반항하면서 살아간 여자들이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얼마나

힘들게 살았을지 모를 바 아니니, 한번 그렇게 살아보고 싶기도 하다. 남들

안가는 길, 안하는 것 하면서.. 죽어도 한번 ''소리 지르고 화끈하게 죽고

싶다. ..  이런건가. 여하간 나는 천출일지언정, 결코 고상한 공주과에

들수는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니고 태어났을지라도 수치를 모르는 인간은

아니니 부끄럽게 살지는 않을거다. 다만, 얘기하고 싶다.  내가 어떻게 살든지

손가락질 하지 말아라.. 너보다 떳떳하게 살았다. 여지껏도 그리고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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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봄에 대한 기억은 몇 가지 없다. 짧은 봄.. 잠들지 못하는 밤들의 시작.. 

병실과 어딘가 달라진 나의 몸.. 챠우챠우.. 내마음을 뺏어봐 그리고 거짓말. 

 

그 봄.. 가끔 느껴진 통증으로 인해 우연히 발견한 나의 병은..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끔 만들었다. 사춘기 소녀에게 진지한 철학적인 주제로, 

조금은 낭만적으로 다가왔던 그 '죽음'의 문제가 그저 '' 속의 삶의 문제가 

되었다.

내 보호자는 나일 뿐이라는 생각을 더 철저하게 했고, 보호자 없어요?라는 

하루에 수십명의 환자를 보는 병원장의 수족 같은 의사는 너무나 

비인간적이었다. 너 아니라도 수술할 환자 많다. 별 것도 아닌데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아라. 하기야.. 여기서 종합병원에 가면 나와 한 시간 이상을 

얘기하고, 오후에 약 4-5명의 환자를 보면 많이 보는 그런 진료환경과 

비교한다면 이해할만하다. 어떤 환자에게도 측은함이 없는 의사들. 검사결과를 

듣고 나와 바로 아버지와 교수님께 전화를 드려서 "별 거 아니래요. 수술 

받으면 아무 이상없대요." 

낄낄거리며 얘기하다가 혼자 집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었다.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생겼어..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내 곁을 지켜줬지만, 또한 나를 외롭게 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별 것 아니라고 정말 위로한 게 아니라, 그 문제가 내게 

얼마나 중요했던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친구들.. 아무도, 단 한명도 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어쩜 그건 당연하다. 

절친하다는 친구가, 남자친구가 나와 똑 같은 병에 걸렸을 때 울고 불고, 

자기도 마치 죽을 것같이 굴었을 때는.. 그냥 아무 측은한 심정이 들지 않았다. 

단지 사랑과 우정이란 게 그렇게 다르구나 생각했을 뿐이다. 너한테 병문안조차 

가지 않았던 게 미안하다 했을 때에도, 그것은 이미 사과를 하고 하지 않고의 

차원을 넘어서 내게 깊이 홀로였던 기억의 상처였기 때문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다시 기억해냈다. 나 수술실 들어갈 때 웃으며 들어갔지만, 

정녕 울면서 가슴아팠던 사람은 엄마 딱 한 분이었던 사실을.  4월에 진단을 

받고 5월에 수술을 했다봄이었다..

 

거짓말은 그 무렵에 종반부에 치닫고 있었다. 유호정이 그때쯤은 자궁을 떼는 

수술을 받고 호숫가 집에 가서.. 이성재에게 그렇게 말한다. "넌 다 기억한다. 

내가 잊은 것까지도.. 그러면서 너 날 어떻게  잊을래?" 이성재는.. 유호정이 

자기를 보내기 위해서 그 수술을 받은 걸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같다. 

여자가 여자라 생각할 때, 한 남자를 사랑할 때 그의 아이를 갖고 싶었던, 아주 

조그만 그를 닮은 아이를 낳고 싶었던 그 소망을 포기하는 심정을 아마 알 수는 

없을 것이다. 98년 봄.. 내 나이와 유호정의 나이는 같았다. 

 

조금전 거짓말을 비디오로 다시 다 봤다. 다행인지 뭔지.. 외국에 교포들을 

위한 비디오샵에서 예전 드라마 카피 하나씩 남겨두는데 이 동네 몇 군데 

비디오샵 중 딱 한군데에 그 테잎이 남아있었다. 37의 언니와 함께 보면서 많이 

울었다. 그들이 이혼법정을 나올 때, 그녀가 수술을 받을 때, "네게 나는 

남자였구나" 김상중이 얘기할 때, 배종옥이 사랑이 다시 올까 엉엉 울 때.. 

문밖에 걸려 있는 선인장 목걸이를 볼 때.. 

예전에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감정이입이 전혀 되지 않던 배종옥에게 

지금은 어느 정도 마음이 가는 건.. 나이탓일까.. 

그들의 사랑에서 나의 사랑을 본다. 그리고 98년과는 조금 달라진 나의 해석도 

재미있다. 그래도 여전히.. 유호정이 하는 말이 가슴에 더 와닿는다. 나의 

경험과 맞닿아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그때 나는 27이었다. 

 

모두가 상처받은 사람들이었다..  내게 확실한 단 한가지 있다면.. 상처받지 

않은 사람은 세상에 없고, 상처를 드러내지 않는 자는 믿지 않는다.. 사람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거 하나다. 여자들의 특이한 점.. 상처받은 영혼을 

사랑할 때.. 그를 가슴에 안는다.. 여자의 강인한 사랑일 것이다. 치유하는 힘. 

남자의 특이한 점.. 여자가 보기에 어리다. 우유부단하다. 특히 사랑에 

있어서는.. 사랑하는지 안하는지 모른다. 드라마에서 주현이 가르쳐주는 

판단법이 있다. 그 여자랑 있을 때 집에 가고 싶으니 손잡고 싶으니.. 세상에 

많은 불쌍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불쌍해 보이는 건 그 사람한테 마음이 

간다는 얘기다.. 

사랑하는 사이이면서 친구가 될 수 있지만, 사랑하면서 친구만이 될 수는 없다. 

친구와 애인과 부인은 다 별개의 존재들이다.  아무리 그 영혼이 마음에 

와닿는다 해도.. 사랑은 거기 나오는 것처럼 '둘이서 하는 것이지 셋이서 

하는게 아니고' 몸만 가는 것도, 마음만 가는 것도 아니라 다 순리대로 

가는거고.. 모든 사람 다 아픈데도 그 사람의 아픔이 보이는 것은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을 할 때. 사람들은 머리를 너무 많이 굴린다. 내가 그를 사랑하는지 

안하는지를 판단하는데도, 같이 살지 말지를 생각하는데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서도.. 하지만 자기 마음가는 것 잘 보고 잘 따라가면 된다. 단순한 표지를 

따라서.. 그 사람 생각 많이 하면, 내 마음이 가는 거고, 그 사람이 아픈게 

가슴아프면 내 마음이 더 간거고, 같이 살고 싶으면 더.. 가 있는 거고.. 

그러면 그냥 사랑한다고 말하고, 같이 살자.. 그렇게 말하면 좋은 거 아닐까.. 

 

하기야.. 37살 말띠 언니가 물었다. "넌 뭐가 문제라서 이러고 있냐?" 

"콤플렉스 때문에.." "뭐라?" "나는 내 사랑하는 남자에게 아무것도 줄게 없고, 

그리고.. 여자로서는 전혀 매력이 없다고 믿고 있거든." 사랑하면서 나를 

뒤돌아보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지.. 그러니까 단순해지는게 진짜 용기인지 

모른다. 

 

오늘은.. 봄바람이 살갗을 간지르듯이, 눈을 감고 있으면 마치 깃털이 온몸을 

스치고 지나가듯 내 피부의 모든 감각이 살아나게끔 느껴지는 그런 바람이 

불었고, 거짓말을 보고 사랑과 외로움과 허물에 대해 많이 생각했고, 지나온 

4년이 길었던 시간이라는 걸 알았고, 98년 봄 생각에 마음이 많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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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주 늦은, 혹은 이른 시각.. 새벽 다섯시를  넘겼다.  동네
까발리고 다닐 일이 절대 아니지만, 지난  주간 죽음과 같은 '우울증'

걸렸었다. 지금은 괜찮은지사실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방안에 앉아서

갑자기 책상 아래 들어가면 편안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순간 무서워져서

관둬야겠다 싶었다. 이거 정말 관둬야 한다. 나는 나이 서른  들어서면서

더욱 명확해진 것은 사람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정말 한순간이라 조심하고

 조심하고 살아야 한다는 .. 이대로 나를 방치하다가는 정말 큰일나겠다

싶어서, 떨어지면 다시 기어오르는게 너무나 오랜 시간,  노력이

필요한거니까. 사실은 여전히 세상살이가 재미없다. 나는 인생의 가치를

'
재미' 절대 두지 않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사는게 '재미가 없다'. 모든

사람의 인생이 너무 빤해 보인단 말이다..  사는지 모르고, 아파트 사고 

벌고.. 그러다 죽는 인생살이의 챗바퀴 속으로 친구들이 하나씩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나라고  그러지 않겠나 싶은게 사실은  견디기가 힘든 일이다
.

그리고.. 갈수록  인생살이 끝까지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만
가득해진다. 여자야 원래 나와 같은 족속이라는 사실을  알아서, 여자의 삶에

대한 연민은, 달리 정치적으로 표현하자면 페미니스트로서의 자각은 이미

고등학교 이전부터 있었던 것같으나 남자라는 존재를 '인간' 범주에 넣기

시작한지는 사실 얼마되지 않았다. '남자' 그냥 남자였지.. 그래서 남자는

이렇고 저렇고 하는 선에서 지식을 쌓아갔을 .. 그들이 이해되었던 적은

없었던 것같다. 그리고..  세상에 괜찮은 남자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조금이나마

하게 되었던 때는 3-4년밖에 안된 일이다. 남자가 사람이구나.. 그걸 가슴 속에

느끼게 된게.. 요즘  주변 모든 여자들의 공통적인 화제는 '남자를 만나는

'에서 부터 좀더 구체적으로 '남자와 섹스를 잘하는 '까지 .. 결국에는

누군가와의 관계성을 추구하는 사람들로 그득하다는 얘기겠지만 너무나

다양해서, 사실 그들과 각개 격파식의 '수다'-나는 어떤 의미에서 우리

학교에서 제일 폭넓게 사람들과 얘기를 하는 편이라   있지만- 통해서

배우는 것들.. 관찰하는 것들이 많이 있다. 여하간.. 아무래도 나의 정서는

어딘지 80년대 중반학번들과 90년대 중반학번까지 대략 10년의 세월을 왔다갔다

하는 . 여기 같이 공부하는 85학번 언니.. 왕수다장이.. 얘기를 혼자서

했다하면  시간이고 끝나지 않고 혼자 얼마나 쓸쓸할까 하는 마음에 전화라도

했다 하면 결국은  기가  빠져나감을 느끼고 결국 전화를 끊게 되는 그런

언니.  언니 기자 시절 단골 술집 마담얘기에서 사실 나는 많은 공감을

느꼈다. "20대는 그냥 정신이 없었고 30대는 가는 세월이, 이제  젊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모든게 그리도 안타까웠고 40대가 되니 남자를 인간으로
,
그냥 사람으로 사랑할  있게 되더라." 근데.. 지금 사실은 내가 

마담언니의 말을 이해할 것같단 말이다.

 

나는 올해 들어 가까운 '한국남자' 둘의 죽음을 접했다. 힘든 일이었다. 50 중반과  60 들어선 한국 남자. 한분은 뇌출혈로 돌아가셨고,  한분은 영양실조로 인한 폐렴 증세로 결국 돌아가셨다.  영양실조로 돌아가신 ..   분의 직업이 비난받는 '의사'이다. 돈많이 벌었냐구..  알기로 많이 벌지 못한  아니지만
일반인들이 생각하듯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었다. 결국 입원해계시다 종반에는

"
  살고 싶지 않다"하며 음식을 거부하셨고, 영양실조가 왔고.. 그리고

돌아가셨다.  셋중에  하나 시집보내고  남고, 아들 하나.. 아직

대학생이고.. 남겨놓은 재산도 별로 없다…. 결국에 한국 남자들  불쌍하게

산다. 그리 살지 말라 그래도 자기도 어쩔  없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성질  죽이고 그렇게 사는 .. 그게 이제 이해가 되니까, 막연히 밉게

보이던 어릴  관점에서 보다가 지금에서.. 이제껏 살면서 보니까 나이가

들수록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서 이해가 된고 아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시린다.-그렇다고 여자가  불쌍하다 이건 절대 아니다(  뜻을

곡해할까봐) 나이가 서른쯤 되고, 사회의 주역이라는 자각이 생기고,  이상

젊어서 용기백배할  없고, 몸을 사리기 시작하는 그런 .. 이제는 사랑을

한다는  자체가  인생의 기적이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다시 오는

사랑이 그래서  안타까운 . 키가 어떻고 돈벌이가 어떻고 이런 조건들 

차치하고, 이제는  사람 살아가는  삶이 마음에 무겁게 느껴져서  사람을

사랑할  있지 않을까.

 마담 언니 말처럼.. 그리 살아가는 인생들이 어느날
 술집에 들러 술한잔 하고  언니랑 얘기하고 돌아가는 것이  위로가 

 있다는 .. 마음  것같다. 어쩌면 나도 이제는 그런 사랑을   있을

 같다. 비록에  이제 사람을 깊이 신뢰하지 못하는 마음의 벽을 높이

쌓았지만, 그것은 달리 말하면 사람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서 한발자욱 

땅아래로 내려왔다는 말과 동일한 의미이다.  마음 열어 모든  상처와

추잡함을,  한편 나의 이상과 생각들을  알고 이해해주길 바라는, 어느

정도 공유해주길 바라는 그런 사랑 아니라 그저.. 이런 세상 살아가는 

인생이,  인생이 불쌍해서 우리 가끔은 서로 보듬어 주며 살자 싶은.. 그게

어떠한 지속성을 갖는 관계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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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일-4일 논산에 소재한 씨튼 영성의 집에 피정을 다녀왔다. 피정이란 예수님이 멀리 떨어져 혼자 기도하시던 것을 본따 신자들이 행하는 기도, 자신을 되돌아보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정립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을까.

 

계룡산 산 자락, 신원사라고 불리는 절에서 약 700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

 

미로의 중심은 하나님과 자신을 상징하는 형상이라 한다. 그저 검은 돌로 되어 있으며, 아래의 미로는 프랑스 사르트르 대성당 바닥의 크기와 모양을 그대로 따서 만든 것이라 한다. 가다보면 하나님과 가까워지고, 때로 멀어지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후원의 산책로는 예수님의 고난의 길,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으로 오르고, 마침내 부활하는 12가지 장면을 부조로 두고 산책로를 만들었다.

 

그 아래켠에 잔디밭이 있고 조그만 연못이 있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선명하지는 않아도 아름다운 꽃으로 둘러쌓인 연못.

그 은혜로 열흘 정도 살았는데, 좀 더 잘 견딜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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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으로서, 선교를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대형교회에 몸담은 지 어언 십수년이 지났다. 그 과정에서 지금은 어느 정도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 내적 치유, 단기 선교, 남성위주의 섬김 문화, 선교에 헌신하기 각양 각색의 일들이 내게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남들에게 믿음없는 자의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내 믿음에 대해 타인과 소통하지 못했던 불찰이 있었지만.. 그래도 나는 절대자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았고, 그저 알고 싶었다. 침묵하면 소리쳤고, 힘들면 왜 나를 이리 괴롭히냐고 해댔을 뿐이다. 그 과정이.. 개인의 믿음 성장에서 필수적인 과정이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아마 그런 일들이 가끔은 있을 것이다.

 

사랑이가 나은 과정, 내가 유학했을 때의 아픔, 어릴 때부터 갖고 있던 허약함, 엄마의 죽음의 과정.. 모든 것을 보면서 대체.. 무엇인가 무엇인가. 조금 다른 방향으로도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현경의 책도 가끔 나의 그런 질문을 싹틔우거나 자극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내가 믿은 것이 맞느냐고.. 진실에 다가가고 싶었다. 그를 알고 싶었다. 하나님. 하나님.

 

밀양이라는 영화를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 스토리를 들은 즉슨, 요즘 선교갔다가 피납되었다, 또 돌아온 자들에게서 내가 느끼는 감상과 어느 부분인지 구체적으로 무엇이다.. 얘기하기는 어려울 지 모르지만 맞닿아있다. 불편한 느낌. 그러니까.. 자기가 유괴해서 살해한 아이의 어머니에게 용서를 빌지 않으면서 하나님에게 용서받았으니 나의 죄는 깨끗해졌다.. 라고 하는 사람, 그 사람을 보며 절망하고 신에게서 돌아서는 한 여자.

 

똑같이 선교의 길을 떠나서, 죽은 자와 산 자. 돌아온 자는 하나님의 계획, 해결사의 하나님을 말하는지, 모든 과정에서 하나님이 개입하셨다 간증하고 믿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 곳에서 죽음을 겪은 자와 남은 가족에게 천국을 말한다지만.. 전혀 들리지 않는 얘기. 그 하나님.. 살려주는 것이 해결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었고, 죽은 사람에게 그 하나님은 죽음이었을까.

 

C.S.루이스의 헤아려본 슬픔에서였는가 상실의 슬픔을 겪는 사람에게 천국의소망을 말하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얘기였다는 것을 고백했었다. 자신이 그 슬픔을 당하니.. 그저 슬픈 것은 슬픈 것이었다고.. 그렇다. 위로는 슬픔을 같이 슬퍼하는 것에 있는데, 목사님.. 슬픈 사람에게 그 슬픔을 그저 같이 느껴주는 목양을 보여주시지 왜 천국의 소망, 그 복만 얘기하셨을까.

 

왜 돌아온 자들의 가족은, 죽은 자의 가족을 배려하지 못했을까. 어찌하여 죽은 자의 가족은 산 자의 가족을 배려하여 자기를 숨겨야 했을까. 왜 산 자의 가족은 그 귀환에 그리 기대하고 흥분되는 하나님의 역사였다는 지극히 자기개인적인 신앙을 그렇게 하니님의 뜻이라고 얘기했을까.

 

하나님의 사랑..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은.. 내가 드러나거나, 나의 뜻을 위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지 모르지만, 이 때 혹은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의미가 드러나는 그 역사적 시간들, 순간 순간에서 겸손함을 구하는 것.. 무엇보다 내 눈앞에 보이는 사람, 공동체.. 그 속에서 선함을 구현하는 일이 먼저이지 않은지. 그들을 사랑하는 것이 먼저이지 않은지. 교회가 사회과 별개가 아닐 것이며, 공동체에 대하여, 자기와 믿음을 달리하는 자들을 포용하고 그들과 소통하고, 위로하고 사랑하는 것.. 그런 것이 먼저가 아닌가.

 

뭐 이러저러한 생각이 왔다갔다 한다. 나의 하나님... 하나님. 무엇인지 내게도 알려주는 것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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