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이 다가고 있다. 며칠 전부터 연말이라 그런지 지나온 인생에 대해 생각한다. 어느 새 나이를 아주 많이 먹었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결혼한 동생과 아직 결혼하지 않은 또 다른 동생과 함께 세 자매가 함께 박진영 콘서트에 갔다가, 2PM이라는 아이들이 나올 때 정말 엽기적으로 큰 비명을 지르는 아이들을 보며, 역시 나는 늙었구나.. 그 아이들을 제대로 알지 못했으니까 그런 생각을 했다.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는 것도 어렵고, 도통 나와 같은 사고를 갖고 있던 사람들은 이해, 아니 납득하기 어려운 조직의 분위기도 그렇고... 나의 진로도 그러하고..
결혼을 하지 않은 나의 입장에서는 이제 더 이상 여자로 보이기 어렵다는 현실을 별로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데다가, 결혼하지 않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고,
나의 노년기는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늙어 고통받지 않으려면 아니면 그저 내 마지막 존엄을 지키며 다가오는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나 스스로가 하지 않으면 국가든 사회든 가족이든 지켜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두려운데다가,
이제 거대 다국적 기업의 이사급까지 나타난 대학동기들의 삶에 견주어 나는 대체 뭘 하고 살았던가 하는 생각도 들고, 어제 만난 친구들은 아파트를 40평대로 옮길건가, 30평대로 옮길건가.. 또 아니면 부모가 재산을 어떻게 증여하고 있다, 재테크는 어떻게 한다는 얘기를 하고,
나는 여기 저기 끼지도 못하고 있다. 그래.. 이렇게 살려고 했었니? 아니... 아직은 재테크, 돈, 노후대책, 직장의 성공... 이런 것들과 동무하며 머리속을 채우기에는 내 젊은 날, 어렵고 힘들게 견디고 헤쳐나간 그 시절이 아직 내게 가까운걸.
난 무엇을 바랬던가. 여전히 사회는 공평해야 하고, 세상에 가치있는 일이 있어야 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있어야 하고, 사람들간에 사랑하고 존중하며 배려해야 하고.. 그런 생각과 꿈을 꾸었는데, 여전히 나는 그런 꿈을 꾸고 있잖아.
그 어려운 여정 끝에 지금의 나는,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정도의 소시민으로 살아가고 있고, 내가 바라는 꿈을 위해서 나는 미력을 보탤 뿐 나의 의지와 바램대로 일이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정도를 알 뿐이지만.. 그래도 나는 열심히 살아왔다.
뜨거운 사랑을 했고, 그것이 한 사람을 위한 것이었든 내가 만드는 비인격적 문서의 주인공이든 그들의 삶의 숨결을 담고자, 느끼고자, 사람들의 삶을 망각하지 않고자 노력해왔다.
잘 해 왔다. 절대로 약해지면 안된다는 말대신, 뒤쳐지는 말대신, 지금 이 순간 끝이 아니라 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외치면 돼...
오늘에서야 제목을 알게 된 노래의 가사처럼.. 그저 나의 삶을 살아가다 보면 그것이 내 인생의 legacy가 되기를 2009년을 보내며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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