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회에 증오범죄가 증가한다. 자기에게 딱히 해꼬지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 해결하지 못한 미움때문에 불특정한 사람을 향해 그 중오를 폭발하며 공격성을 드러내고 마는 것.
나는 쇼핑도 좋아하지 않고, 정확히 말하면 살 것이 있고 돈이 있을 때라야 쇼핑에 나서는데, 간혹 친구와 혹은 동생과 백화점에 가게 되는 날이면 내 눈에 수없이 보이는 사모님들...
내가 뭘 알겠나. 그네들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고독한지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모님들이 한 집단으로 엮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야.. 나의 나이 삼십 중반을 넘었고, 용케 공부만 길~~~게 해서 직장생활 경력 이제야 5년이지만, 우리때도 모범생 동기들이 졸업과 동시에 결혼을 하며 집에서 현모양처로 살다가 동기생 모임에 외제차를 끌고 나와 상대적 박탈감을 무진장 호소하더라는 식의 얘기를 듣게 되는 것을 보면 당연히 직장을 갖는다는 인식이 그리 강하지는 않았던 것같은데 대학졸업과 동시에 직장생활을 시작한 아이들은 어느새 조직의 튼튼한 허리가 되어 있다.
잘 살아보겠다고, 한때 5지 선다형의 단편지식을 묻는 문제조차 나온다는 사실을 보고 이따위 공부 안한다고 고시공부를 때려치웠으며, 더 일찍이는 엄마가 영문과를 가라거나 의대를 가라는 것을 우리가 어른이 되면 그런 세상이 아닐거라고, 내가 바꿀 거라고 콧대 만만히 내 맘대로 이 공부 저 공부 하며 살았고, 어느 때는 심각하게 공부하여 사회에 헌신하고 인류에 헌신하고 신께 헌신하리라 다짐하였고, 매일 매일 같잖은 인간들을 대하고, 또 가끔 좋은 사람들도 만나면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책 파들고, 글 쓰고, 인맥관리도 해보고자 노력하며 그리 살다가..
그래도, 어느날은 내가 여자잖아... 가꾸어라 해서 또 피부관리도 좀 해보려고 하고, 그 나마도 안되면 옷깨끗이 잘 갖추어 다려입고 다녀야겠다, 사먹는 것만도 안되겠다 내 몸을 위해서라도 운동도 해야지.. 이건 회사주변 헬스클럽은 1년단위로 끊어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회원권 2500만원대까지 있으니, 그것조차도 감당이 안되는.. 서울시 도시 가구 평균 소득에 한참 못미치는 도시빈민에 해당하는 소득을 가진 내 입장에서야 가당키나 한 일인가. 화장품조차도 사지 못하며.. 그래.. 말아야지. 그래서 나는 미시아줌마들처럼 가꾸지도 못한다.
이 정부는 대체 무슨 원수가 졌는지 가구에도 규모의 경제가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터인데 소수자 공제는 없애고, 독신자라고 내가 서울에서 무주택 10년이 넘었는데 주택 청약도 안되고, 다행이 나야 은행대출을 받을 수 있는 직장에 다니는고로 괜찮지만 혼자서 비정규직 노동을 하고 있는 사람은 단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출도 받지 못하니, 싱글들은 다 집없이 살란 말인가. 공공주택에서도 배제되고.. 뭐 이렇게 따지고 들면 하나 둘일까.
단순 남녀 차별이 아니라, 여성들 간에도 사회적 신분의 차이를 아주 강하게 느끼는 지금. 나는 정말로 사회적 배제의 한 상징이 되어 버린다. 사랑하려 해도, 사랑할 수 있는 기본적 조건에 드는.. 남성/서울거주/비혼남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점점 보이지 않고.. law of nature에도 충실히 살지 못하는 이 생명이 어찌 국가가 만들어 놓은 law를 다 지키며 살라고 그리 말할 수 있단 말인지.
그래서.. 단순한 나는, 이제 이 분노를 사모님들에게 돌리고 있나보다. 내가 필요하다고 하는 남편과 자식이 있고.. 혼자 피터지게 이 생각 저 생각하며 돈 벌지 않아도 남편이 돈 잘 벌어서 백화점에서 쇼핑하고 돌아다니는 여성들에게.. 그나마도 가끔은 남편으로 보이는 사람은 너무 괜찮은데 부인은 교양머리가 없거나 매력이 너무 떨어지는 경우조차 내 눈에 띄니, 어쩐지 더 욱하며 억울한 심정이 드는 것은 내가 바보스러워진다는 증거이겠지.
오늘도 나는 집에 돌아가면, 허튼 시간을 보내지 않기 위하여 아주 가볍지 않은 책을 펼칠 것이며, 시시한 사랑놀음, 농담따먹기 거슬려하며 93.1을 틀거나 브람스 현악 6중주 내지 블루스를 들을 것이다... 점점... 이렇게 혼자서 고고한 척 하다가, 남들 아무도 모르게... 치이고 치이다.. 욱해서 증오범죄를 저지르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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