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6개월을 꼭 채워 살게 된 시드니는 유명한 관광지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살아본 경험으로 비추어볼 때, 물론 그때는 학생이었고 시드니에 있을 때는 체류비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되는 직장인이었다는 점에서 다를 지 몰라도 매우 편안한 마음으로 살았다. 물론 개인적인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유학시절에 비할 바는 아니다.
호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 가는 길에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가게가 많이 있다. 그 중에는 또 제법 괜찮은 갤러리들도 있다. 시드니 다른 동네를 가면 그 동네 특색에 맞는 갤러리가 있긴 하지만, 근대나 현대 미술의 주류야 어짜피 유럽이나 미국쪽일테고, 호주에서 강점으로 내세울만한 것은 아무래도 원주민들의 작품일 것이다.
유리창을 건너 찍은 사진이라 반사되는 빛과 형상때문에 선명하지는 않지만, 오페라 하우스 앞쪽의 가게에서 전시, 판매하는 원주민들의 작품은 세련되고, 작품의 수준도 높은 것들이 많이 있다. 물론 내가 찍은 사진은 아마도 예술적인 작품성에 치중했다기 보다는 기념품으로 사가지고 가기 적합한 것들이 많을지 모르겠다.
원주민들의 예술에 대해 배워보려는 시도도 했지만 강의시간과 업무시간이 맞지 않아 공부는 하지 못했는데, 그들의 작품에 등장하는 것은 역시 호주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생명체들이다. 그래서 캥거루나 도마뱀류같은 것이 많이 등장하고, 해와 달, 물고기가 그려지기도 한다. 색채또한 호주 대륙의 그 강렬한 햇살때문에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흙, 바다 색, 유칼립투스 나무의 색을 담아낸다. 맨 아래 흙의 색은 마치 울룰루 바위와 같이 보이지 않는가.
여하간 호주 원주민들은 인종으로 따지자면 흑인에 가깝다. 남태평양의 종족을 멜라네시아인, 폴리네시아인, 미크로네시아인 등으로 구분한다면, 호주 원주민은 멜라네시아인쪽에 가깝다. 내가 만났던 피지인은 자기들의 조상이 아마도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건너왔을 거라는 추정을 한다고 했다. 그들이 살던 그 건조한 호주 내부 사막이나 해안가를 둘러 있는 얼마 되지 않는 녹지에서나 그들이 함께 했던 자연이란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여담이긴 하지만, 호주 장관이 초청한 만찬에 갔을 때 자신들의 다문화 정책을 홍보하고, 자기들의 전통문화라고 하면서.. 원주민들이 나와 디저리두(호주 원주민 전통악기로 나무 울림을 통해 소리를 내는 긴 악기)를 불고 춤을 추었다. 그걸 보고 있는 내내 불편했다. 이런 젠장할.. 저 앵글로 색슨이 별 걸 다 팔아먹네 하는 단순한 욱하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