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나은 동물.. 비록 동물이 애정을 구하며 치사한 짓을 하거나 너무 본능에 충실하여 인간의 규범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을 한다 하더라도... 이도 저도 못하는 인간보다는, 배신하는 인간보다는 나을것이다.

 

독립영화가 100만 관객을 바라본다... 이 돌풍의 이면에는 낭만적이고 복고적인 감성이 분명 자리잡고 있을 것같지만, 영화의 연출은 그렇게 감정적이지 않았다. 감독은 그간 농촌사회 현실을 고발하거나 여타 사회문제-우리학교같은 경우-에 대한 작품을 만들어 왔다고 하는데, 감독이 할아버지, 할머니, 소의 관계에만 집중한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대놓고 강요하지 않는 것. 그렇게 하기까지 인간이 얼마나 깊은 내공이 필요한지... 나의 정치적 견해, 이해를 가족내에서도, 직장에서도, 심지어는 이 사회에서도 모두 쉽게 떠들고 남에게 강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일종의 sanction을 부과하는데, 의도한 메세지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하여 쉽게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이를테면, 내가 젊은 소가 늙은 소를 구박한다거나, 자식들이 아버지한테 소를 팔라고 뭐라고 해대는 것이나, 아니면 할아버지가 걸음을 걷기도 어려워하는 소를 일년 이상을 데리고 다니며 그 힘겨운 노동을 시키는 것을 보며 울분이 치밀어 오를 때에도 그저 카메라를 갖다 대고 있는 것.. 십수년 전 보도윤리 과목에서 교수가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누군가 죽어갈 때 구해야 할까 진실을 보도하는 목적이 우선일까. 내가 느낀 불편함도 내 도덕률, 약한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에 닿아있다. 그러나 현실이 어디 그러한가.. 선의의 동기가 선의의 결과를 낳는가.. 세상이 몹시도 복잡하다.

 

워낭소리, 죽어가는 소의 코뚜레는, 정말 마지막 순간에야 풀어졌다. 당신 자신 평생을 자식 뒷바라지하며, 그저 일상적으로 노동을 해오는 할아버지 스스로 어떠한 교감을 느꼈는지, 동일시한 탓인지 그 마지막 순간에, 낫으로 코뚜레를 풀어주었다.

 

모든 인간의 인생은 노동으로 신성하기도 하지만, 살기 위해 노동해야 한다... 때로 인생의 의미를 찾게 되기도 하고, 때로 일해야 하는 것이 너무 버겁기도 하다.. 그저 매일매일 똑같이 살아가기 위하여 일해야 한다는 것은.. 소에게나 인간에게나 동일한 것일테다. 무척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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