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에 오페라 아리아 모음집을 산 적 있다. 2장짜리 CD였는데, 가요나 팝을 빼고는 이런 compiliation음반을 사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노래부른 사람들이 괜찮은 성악가들이라 샀고, 그 중에서도 나는 삼손과 드릴라에 나오는 '그대 음성에 내 마음떨리고'라는 아리아와 R. Strauss의 작품 중에 '아버지'어쩌고 하는(기억이 안나니 용서하라) 곡을 좋아했다.

그리고.. 이 노래.. 드보르작의 Rusalka라는 오페라 아리아 '달에게 바치는 노래'혹은 '달의 노래'로 번역되는 노래를 정말 좋아해서 듣고 또 듣고 했다. 간혹 메시앙같은 현대음악가의 곡을 사기도 하지만, 역시 내마음에 감동을 주는 것은 감성이 풍부하다는 평을 받는 드보르작이나 브람스쪽인 것같다. 그들의 첼로협주곡이나 심포니를 좋아하는 걸 보면..

루살카는 슬라브민족 신화에, 혹은 설화에 등장하는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물에 빠져죽은 정령을 뜻한다고 한다. 이 오페라의 줄거리는 인어공주와 비슷해서 루살카가 어느 왕자를 보고 사랑에 빠져 마법의 힘으로 그와 결혼을 하지만, 금기를 어겨 왕자와 헤어지게 되고, 뒤늦게 그를 찾아온 왕자가 루살카의 품에 안겨 죽는다(들은 얘기라 후반부는 정확치 않다)는 얘기라 한다.

여하간 5월.. 살랑 살랑 바람이 불고, 햇살이 비치는 이 오후에 어쩐지 손이 가서(어제.. 기도하면서 결심한 바를 행하기 위하여) 한참을 반복해서 듣다가, 노래가 너무 아름다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싸이에 있으면 배경음악을 하려고 했으나 실패했고, 듣고 싶은 사람은 벅스에서 로그인하지 않아도 들을 수 있으니 한번 들어보시라.

어짜피 체코말로 된 가사 나도 쓰기 괴롭고, 올려도 이해안될테니 영어번역 가사를 올려본다.

O moon high up in the deep, deep sky,
Your light sees far away regions,
You travel round the wide,
Wide world peering into human dwellings
O, moon, stand still for a moment,
Tell me, ah, tell me where is my lover!
Tell him, please, silvery moon in the sky,
That I am hugging him firmly,
Than he should for at least a while
Remember his dreams!
Light up his far away place,
Tell him, ah, tell him who is here waiting!
If he is dreaming about me,
May this rememberance waken him!
O, moon, don't disappear, disapp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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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음반을 샀다. 러시아 로망스.. 내가 이 것을 산 것은 순전히 푸시킨의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라는 시에 곡을 붙인 것이 수록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씨디를 사니, 물론 가사는 없는 첼로 연주곡이지만 다른 곳이 하나 들어왔다. 그 곡은 빛나라 빛나라 나의 별이여.. 라는 곡이다. 그리고 씨디 해설집에 친절하게 다들 번역되어 있는 그 가사들 중 '나 홀로 길을 가네'라는 유명한 곡의 가사가 눈에 뜨인다.

 

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니.. 내가 창조할 수 없다면 아는 걸로 표현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니. 그렇지만 나는 침묵을 무기로, 방패로 삼았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가 어려워.. 이 시를 보며 마음을 투영해본다.

 

나 홀로 길을 가네

안개속에서 돌길은 반짝인다

밤은 고요하고, 황야는 신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별은 다른 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별은 다른 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하늘의 모든 것들은 장엄하고 놀랍다

땅은 푸른 빛 안에서 잠들어 있다

나를 아프게 하고 힘들게 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내가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무엇을 아쉬워하고 있는 것인가

내가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무엇을 아쉬워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이미 삶에서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게 되었고

과거의 어떤 것도 아쉬워하지 않는다

나는 위안과 평화를 갈구하고 있다

모든 것을 잊고 잠들었으면

모든 것을 잊고 잠들었으면 한다

 

그러나 무덤의 차가운 꿈이 아닌

영원히 잠들고 싶다

가슴속에서 삶의 에너지가 전율하듯이

숨쉬며, 가슴이 고요하게 부풀어오르듯이

숨쉬며, 가슴이 고요하게 부풀어오르듯이 말이다.

 

밤낮으로 나의 청각을 애무하며,

달콤한 목소리가 사랑에 대해 나에게 노래를 부르도록,

내 위에서 영원히 시들지 않는 푸른빛을 발하며

검은 참나무가 기울어져 소리를 내도록

검은 참나무가 기울어져 소리를 내도록 말이다.

 

 

안식은.. 내게 오기 전에 나에게 많이 사랑할 기회를 주었으면, 그래서 삶을 충실히 살아가면서 죽음에 가까이갈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세상에 이상한 일 투성이..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이 점점 많아지는구나.. 견디고, 이겨내고.. 나 스스로 전투적 의지를 불태우며 그리 살아갈 수 있을려나.. 약하지 않고, 튼튼하게. 언젠가 깊은 숨을 쉬면 그 속에 땅의 에너지가 내게 스며들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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