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나는 대한민국 인권에 관한 담론이 매우 해괴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상의 계보에 대해 집착하는 성향을 보이는 나는, 인권이라고 하는 지극히 근대자유주의적 담론이 어째서 좌파와 연계되어 있는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들의 무식함을 탓할 수 밖에.
또 하나.. 권리라고 하는 개념은 그에 상응하는 권리보장의 의무가 있기 마련인데, 이 나라에서 매우 흔히 접하게 되는 것은 자신의 이익, 욕구, 거의 모든 것을 권리로 포장하는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볼 때는 권리를 주장하는 것만큼이나 그것을 보장할 주체가 누구인가를 분별하는 것이 실제 권리보장에 있어서는 중요한 문제임에도 주장만 난무하게 되고, 법적 의무를 진 자에 대해 망각하게 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아무리 그것이 도덕적으로 옳은 일이라 해도, 인권이라면 그것을 보장할 의무란 단순히 도덕의 차원이나 배려의 차원을 넘어서는 정언명령의 의무를 수반해야 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인권을 매우 soft한 언설에 불과한 상태로 위치시키고 만다.
각설하고, 그렇게 불만스러웠으나 그것은 우리나라의 사상적 배경, 정치사회적 변동에 따른 결과라는 점도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결국 나의 직장이라는 것도...
그 직장이 이제 설립 이후 최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직장때문에 도매급으로 '좌빨'로 몰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단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빨갱이로 몰아버리는 이 사회가 매우 혐오스럽다. 남의 사상에 대해 검증서를 마구 써내려가고 그것에 기초하여 기소한다는 위험한 발상, 기본적 사상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남의 얘기, 사상에 대해 재단해버리는 이 사회가 매우 저열하다고 생각한다. 공포의 정치.. 편을 가르고 싸우고 이겨야 하는 우리 정치경험이 집단적 공포로 남아있기 때문일테지만, 새로운 세대는 그러한 것을 극복할 책임이 있다.
며칠 전에 회사 게시판에 썼지만, 우파 독립장군 드골이, 좌파 철학자 사회참여형 지식인 사르트르에 대하여 흔쾌히 "나도 프랑스이고 그도 프랑스이다. 놔둬라"라고 말하여 사르트르는 체포를 면할 수 있었다고 하는 일화에 대해서.. 그 정치 풍토와 드골의 인품에 대해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대한민국의 좌와 우를 넘어서면, 우파가 좋아하는 그저 '대한민국' 어떠한 정체성을 지닌 한 민족 국가의 정체성 속에 다양함과 포용력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 다르다면 아니 빨갱이가 하는 소리와 가깝다면 어디서 태어난 것이든 효과가 무엇이든 다 싹을 자르고 봐야 하는가.
생물학적으로도 동종교배가 강한 힘을 갖지 못하듯이, 일찍이 사상의 자유시장을 역설한 아레오파지티카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똑같은 자들이 살아남는다면.. 결국은 공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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