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니는 나는 가만히 생각해본다. 회사에서 보기 쉬운 윗사람은 아랫사람의 일을 하려고, 그것도 열심히 하려고 하는 사람이다. 어지간히 양식을 갖춘 사람인데, 아랫사람의 일을 하려고 한다. 자율성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 곳에서는 아랫사람이 일을 배우기 어렵다. 자기가 자율적으로 기획하고, 일을 추진하는 방법, 자신의 일에 대한 책임을 지는 방법이 없다. 윗사람이 그렇게 자기의 일을 가져가버리니 아랫사람은 정말 그야 말로, 시다바리만 하게 된다.

그런 사람들의 행태를 가만히 보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것. 그것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생각해본다.

 

노무현대통령이 처음 손댄 것이 검찰개혁이었다. 정치검찰... 검사는 동일체로, 평검사부터 최고 위 검찰총장까지 '동일체'로서 권력에 복속되었다. 법조항만으로 안되면 그 좋은 머리 써가며 무리한 법리를 만들어내었다. 60년대에 만들어지고 한번도 적용된 적 없는 전기통신법 조항을 어떻게 찾아냈는지 참으로 신통한 것이.. 요즘 보는 일이다. 옛날에는 고문에도 가담했다.. "어이.. 이러면 안되지.." 말한마디 하면, 명확하게 고문을 지시한 바는 없지만 그들 세계에서는 통용되는 언어로서, 계장이나 직원들이 무지 막지하게 패고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평검사-법무부 왔다가 아니면 주요 권력기관에 파견갔다가- 서울 지검에 갔다가- 부부장-부장검사-차장검사-검사장.. 이어지는 그 승진은 아예, 애시당초 공안통이 아니면 어려웠다. 그것도 옛날얘기였는데, 이제 다시 소위 '공안통'들이 약진하는 세상이 되었다.

 

강금실 장관은 한 때 언론을 통해 송광수 검찰총장과 팔짱을 끼며 우리 사이좋다고 하는 것을 시위하기도 했지만, 도통 말을 듣지 않는 검찰때문에 너무나 힘들었고, 무서운 조직이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 심지어 천정배 위원도 실패했다. 그렇다 해도.. 그 법무부와 검찰이라는 조직의 대척점에 서 있는 쪽과 함께 일하는 내 입장에서는, 지금과 그때는 정말 다르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심지어 검사라는 사람들도, 자신들이 유하고 다른 사람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며, 협력하려는 태도를 갖고 일했다. 그렇게 개인으로 봐서는 참.. 열심히 일하는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검찰이라는 조직이 얼마나 해괴한지, 이 정권이 들어서기 전, 권력이 그쪽에 갈 것이라는 예측을 하면서부터 서서히 변해하기 시작했다.

 

이제야 생각하는 것은 노무현이 정말 바보라서가 아니라, 그 이전 정권에세 너무나 검찰권력의 폐해가 크고 반드시 개혁을 하여 그 독립성을 지켜야만, 그래야만 이전의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믿고, 그것을 실천하고자 하는 진정성이 있었다는 점이다. 내가 아는데 왜 노무현이 몰랐겠는가. 권력을 유지하고, 자신이 하는 일을 쉽게 하자면 검찰과 국정원, 국세청 다 붙잡고 쥐어 흔들어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하면 조, 중, 동 쉽게 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그렇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못해서가 아니다. 강금실장관이나 천정배장관이 검찰을 완전히 개혁하지는 못했지만, 당시 자신들이 갖고 있던 인사권이라는 것만으로도, 검찰이라는 상명하복식 군대보다 더 군대같은 조직은 설설 기는 척이라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을 보아도, 우리나라처럼 대통령이 모든 권력을 독점하는 데, 그것도 가장 초기 단계에서 그가 가진 권력을 휘둘렀다면 그가 검찰과 국세청만이라도 붙잡고 일을 해 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

 

그는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정말로 신봉했던 것같다. 주권이 국민에게서 나온다라는 아주아주 그 원칙적인 명제를. 그가 끝없이 권력을 내어주는 바람에.. 그는 모든 국민이 지나가는 개처럼 입에 올리는 존재가 되었지만 그것이 국민이 느끼는 자유와 자존감 그것의 반증이었다.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었던 것을 하지 않음으로 인해, 그렇게 될 수 있었다.

 

검찰에게는 독립성을 선물로 주려고 했다. 어떠한 권력에도 눈치보지 않고 엄정한 법집행을 통하여 국민의 사랑을 받고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변할 수 있는 기회를 노무현이 주었다. 아마도 검찰이 가진 유일한 기회였을 것이다. 이제 누구도 그러한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다. 검찰은 그러한 독립성을 줘도 받을 준비도 되어 있지 않고, 이제는 그런 자격도 없다. 그들은 검찰의 독립성을 이루어낼 기회를 차버렸다. 어쩌면, 그렇게도 일순간에 변해버렸을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 조직이라는 것이 그런 것인지. 어쩌면 그렇게 정치권력에 민감하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살다보니, 그렇게 한결같이 검사들이 나와 정치를 하는 것인지. 그것도 꼭 집권여당에 몰려서... 헌법적 가치, 인권보다는 다들 국가(마치 전체주의에서 칭하는 국가처럼)와 법질서, 공공질서 이런 얘기만 해대며... 정치를 하는 것인지. 참으로 혐오스러운 집단이다.

전에는 이 정도로 싫지는 않았다. 그저 집단의 논리가 그렇거니, 그래도 소신있는 훌륭한 사람들이 많다는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검사동일체니(이 법조항도 바꾸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렇게 받아들이는 듯)... 위에서 아래까지 다 싫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혐오스럽고, 저질스럽고, 홀로 서라해도 싫다고 떼쓰는 성장하지 못하며 유치한 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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