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제1회세계문학상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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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김별아 (문이당,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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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21일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닌데, 요즘 읽는 책은 여성의 자각이나 정체성, 혹은 그 자유로움이 성을 매개로 해서 온다는 식의 소설이 많다. 농담삼아 우리 회사 사람들과 이 주제로 아예 책읽기 모임을 만들자 하는 얘기도 했다.

어제는 회사에서 처음으로 상을 받았다. 내가 존경하는 총장님이 나에게 꽃다발을 주셨는데, 회사 자료실 최다 이용자에게 주는 상이었다. 덕분에 국장님께 저녁을 얻어먹었다. 어떤 부상도 없고, 기록에 남는 것도 아니었지만 예상하지 못하고 꽃다발 하나 받은 나는 정말 행복해했다.

미실은 그 며칠 전 내가 산 책이다. 신라 시대, 통일신라 초창기 즈음해서 화랑을 잠시 폐지하고 여성들의 원화를 복원했을 때 원화로 오른 여자, 황제의 성에 대한 과외교사쯤으로 말하면 되려나. 그 여자가 세상을 다스리는 것에 대한 얘기이다. 그러면서 지금의 성윤리나 도덕으로는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근친간의 일이나 집단의 일같은 것들이 섞여 나오는, 내가 처음 야한 소설이라고 본 것이 중2때 채털리 부인의 사랑이었고 판매금지처분이 내려진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보다도 그 묘사에 있어선 한층 뛰어넘는 소설. 이틀만에 소설을 끝내면서 이게 신기로 쓴 것같은 느낌이 들 정도의 소설.

그럼에도, 황진이나 이 소설이나.. 유교적 전통을 벗어난 기생이나, 아니면 아예 시대적 배경을 달리하는 이 미실이라는 소설도, 실상 그 인물은 정확하게 두가지로 묘사된다. 뭔가를 초월하는 듯하지만 아름답고 처연하고 의지가 대단하고.. 어쩌면 낮에는 정숙하고 밤에는 요부여야 한다는 고정적이고 말같잖은 언설 속에서 낮의 이미지만 변화시킨 것이 아닌가. 변화하는 세상에서 그만한 권력을 휘두르는 여성의 이미지와 성을 결부시켜버린 한계가 있지 않은가.. 그런 아쉬움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코엘료의 11분은, 친구가 좀 파쇼적이다라고 얘기했음에도 내 생각에는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단어를 선택함에 있어서, 그 소설을 구상함에 있어 작가가 많은 노력을 했다고 생각을 함에도 이 소설은 그저 한번에 시작해서 한번으로 끝내버린 것같은 느낌이 든다. 미실이란 여자. 모계를 통해 황제의 동정을 받고 몸을 헤치지 않고 사랑하는 방식을 가르치는 혈통을 타고난 여자. 그리고 그저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살아간 여자. 그저 한번 곰곰히 생각해본다. 그런 여자의 삶에 대해서... 그리고 끝없이 그것들을, 내 욕망이나 의지나.. 내가 바라는 나와 나 자신에 대한 사랑과 믿음.. 어떤 것도 제대로인 것같지 않다고 생각해서 내 인생을 끝없는 질곡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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