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 서준식, 서경식. 삼형제(원래 그들 외에 두 형과 여동생 하나가 있는가.. 암튼 형제는 더 있다). 디아스포라.. 재일한국인으로서, 소수자로서 정체성을 무섭게 탐구하던 자들.
이들 중 제일 먼저 내가 손을 댄 사람은 아마도 서준식이지 싶다. 서준식이 인권운동사랑방을 만들고, 이러저러한 사정 속에서 독일로 간 이후에 옥중서신을 보면서 여기서 일하는 동안 인권문제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고자 산 책.
그리고, 그의 동생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된 사람.. 서경식의 미술관 순례 글을 보았다. 명작임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그림들에, 판사의 목을 따는 그림에서부터 시작했다 했는가. 이 역시도 수년전에 읽은 책. 책 속에는 간첩사건에 휘말려 19년, 17년의 세월을 감옥속에서 보낸 형들의 얘기가 나온다. 그의 그림에 대한 에세이에는 어설픈 작가에 대한 소개, 일률적인 그림에 대한 감상이나 소개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말 순례의 길을 나선, 씻음을 간절히 원하는 고통스러워하는 인간, 무언가 이해하고자 하며 알고자 하는 구도자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드러난다. 아주 부피가 작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세월이 흘러, 몇 달전.. 일을 하며 좀 더 개인사에 대해 알게 된 내가.. 이들 형제의 글, 회사 도서관에 있는 글 모두를 빌렸다. 서승의 책 한권으로 부터 시작했고, 서준식의 운동 경력을 보았고, 서경식의 글을 보았다. 물론, 내 감성에 드러맞는 것은 서경식의 글이다. 아주 드물게, 한번 더 읽어보아야지 하는 심정으로 그의 책을 반납하지 않고 침대곁에 두었다.
그의 소년의 눈물과 디아스포라 기행.. 그 두권의 책 모두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경험이라고 하기 보다는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사회 속에서 그것들이 어떤 영향을 미쳐 개인사가 형성되었는가에 대한 내밀한 고백이라고 하는 것이 낫겠다. 그렇지만, 거대 담론에 휩쌓이지 않고 치열한 고민과 성찰 속에서 자기를 객관화시키기도 하며, 처절하게 이해를 하려고 하는 한 실존의 모습이 드러난다고 해야 옳겠다. 디아스포라.. 세계 여러도시에서, 때로는 어떤 사람들과, 어떤 사건과, 어떠한 예술작품과 조우하면서 세계속에 흩어져 있는 소수자의 시선, 정체성, 삶에 대해 관찰하고 그것을 자기에게로 끌어들이고 또한 외연을 넓혀가는 글.
일본어로 썼다는 사실을 고백하면서 언어의 감옥에 갇힌 존재임을 고백하는, 그저 슬픔으로, 자기가 선택하지 않은 운명이 역사속에서 만들어졌고, 그 속에서 때로 적극적으로 때로 그저 감내하며 살아가는 사람의 고백. 서경식은 글을 무척 잘 쓴다.
서승은 고문에 무언가.. 그 푹력 자체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자기를 상실할 것 같은 두려움에 고문의 틈새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질렀다. 무려 19년. 내가 회사에 들어오고서야 없어진 준법서약서.. 그런 것들 쓰지 않고 버티기를 19년, 이십대의 청년이 그런 세월을 보내고 나선 사회란 어떤 것이었을지 난 사실 그것이 궁금하다.
사실 더 궁금한 것은, 그러한 장기수들이 사랑하고, 살을 맞대는 기쁨을 그리기도 했을까 하는 것. 궁금해도 나는 답을 추정한다. 거의 백프로.. 누구나가 같다.. 사람이 사랑한다는 것은, 어쩌면 절대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것같은 한 존재가 또 다른 존재를 대면하는 만남과 그 만남이 결과 변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일거라는 믿음. 누구나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 믿음을 가졌기에 내가 이 일을 시작했던 것이 아닌가.
기회가 된다면 그들을 한번 만나보고 싶다.. 그냥.. 얼마 안되는 세월에 삶에 지친 것같은 생각이 들때면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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