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이라는 소설가는 밥벌이에 대해 에세이를 썼다지. 그의 머리속에는 그래도, 밥벌이는 지겨울지라도, 비루할지라도 먹고 사는 생존의 본능처럼 성스러운 것은 없다는 생각이 있는 듯하다.

 

직장을 옮긴지 이제 두 달이 되어간다. 요행히도 1일자 발령이 되는 덕에 한달치 월급을 받고, 어제 두번째 월급을 받았다.

 

지난 번 직장을 떠날 때, 단체쪽 사람들 몇은 내게 직접 대 놓고, "사람의 인생이란 죽을 때 되어봐야 아는 것아니겠어요. 한번 두고 보지요"라고 했고, 또 "실망했어요"라고 했다. 또 몇몇 아는 사람들은 빨리 그곳을 나오라는 메세지를 보냈다. 물론, 몇몇은 축하해주기도 했다.

 

오늘은 이 달 말에 예정되어 있는 이사를 위해, 은행에 가서 돈을 빌렸다. 그 과정에 좀 문제가 있어서 집주인에게 연락하고, 부동산에 연락해서 일을 해달라고 하는 과정에서 매우 불친절한 언사를 하는 것을 경험했다. 대체 이 인간이 뭘 믿고 이따위야.. 라는 생각을 하게끔 하는.. 하기야, 그 내면에는 아마도 네가 감히 내가 누구인줄 알고, 하는 생각이 있었을지 모른다. 권력이 있거나, 권력에 가깝다는 것은 참으로 사람을 경망스럽게 할 염려가 있다.

 

여하간 직장을 옮긴 단순한 이유는, 아마도 내 직장이 내가 가진 애정만큼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 게다가 내 직장에서는 승진도 어렵고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기 때문일거다.

무슨 제대로 된 목적을 위해 일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그 정당성과 자신의 도덕적 우월감때문에 우리가 생활인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일한 것에 대하여 보상을 받고 싶고, 좋은 사람들과 일하며 많이 배우고 싶고 일을 잘하고 싶고.. 그런 욕망을 갖고 있다는 것을 가끔 사소한 것으로 치부한다.

내 생각에는 그런 판단은 외부에서 더 하기 때문에 아주 쉽게는 공직을 맡은 사람은 그 사람에게 그 보수가 정당한 노동을 제공하고 받는 보수라는 생각보다는 그저 사회에 봉사하여야 한다고, 그렇기 때문에 밤 늦은 시각까지 강한 노동과 열악한 노동조건과 적은 급여를 그저 감내하라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드러나는 모든 문제들과 실제 그들의 근로조건과는 별 연관이 없는데, 그런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니네들은 누릴 것은 다 누리지 않느냐라고 한다.

그렇지만, 급여가 높지 않고 근로조건이 좋지 않은 곳에는 혁신적 사고가 나오기 어렵고, 고객은 제대로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그런 곳에는 인재가 몰리지 않고 피해는 결국 그 혜택을 봐야 할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여하한 나는 더 나은 밥벌이를 위해서, 일을 조금이라도 기능적으로라도 잘하는 조직을 택해서 다행히 날로 악화되어 가는 회사에서 탈출을 했다. 그렇지만, 나는 나의 진정성에는 아무 관심없는 자들에게서, 비난을 받고 할일없는 자들의 수다거리가 되었다. 그들은 자기 삶에 대해서, 밥벌이라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지만, 나는 우기고 싶다. 지고한 이념이라는 것보다는 생존과, 더 나은 삶에 대한 기대가 있는 편이 인간답다고. 외려, 고상한 가치보다는 생존에 관한 것이 인간에게는 절대적 의미를 지닌 어떤 유일한 조건일지 모른다는 것.

 

밥벌이는 지겹다. 여자.. 손과 발에 뭔가 묻히며 힘들게 사는 여자 많은데 넌 왜 마님같이 살려고 하냐는 엉뚱한 소리도 들었지만, 나는 내 먹을 것을 벌기 위해 오늘도 야밤까지 대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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